27도땐 수박ㆍ맥주 불티

21도엔 선풍기 가장 잘팔려

가전매장은 온도 높이고

식품코너는 1~2도 낮춰

유통업체들이 온도계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온도에 따라 영업실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선풍기는 21도, 살충제 25.5도, 수박, 빙과, 맥주 27.5도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등 상품별로 찰떡궁합인 온도가 따로 있다는 것.

온도의 고저에 따라 상품 구성이나 진열 방식을 차별화하는 유통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선 매출을 늘리기 위해 실내온도를 인위적으로 높이거나 낮추는 경우도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여름상품, 찰떡궁합 온도 따로 있다

=케이웨더가 지난해 H대형마트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선풍기는 21도에서 매출이 가장 높았고, 살충제는 25.5도, 수박, 아이스크림, 맥주 27.5도, 에어컨 27.5도 이상에서 고매출을 기록했다.

더운 여름에 잘 팔리는 성수품의 경우도 온도에 따라 판매 실적이 달라진다는 게 케이웨더 측 분석이다. GS25가 조사한 여름 매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청량음료와 이온음료 모두 여름철 갈증해소용으로 인기가 높지만 고매출 온도는 청량음료가 25도, 이온음료는 30도 안팎으로 나타났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먹는 아이스크림도 비슷했다. 25~30도에선 유지방 함량이 높은 콘타입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얻은 반면 30도가 넘는 폭염에선 유지방이 없는 청량바가 상한가를 쳤다.

25~27도에서 불티나게 팔리던 맥주도 30도를 넘어선 뒤 판매율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맥주는 25~27도에서 많이 팔리지만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온도는 섭씨 4도다. 이 때문에 하이트는 한때 하이트맥주 상표에 섭씨 4도가 되면 청색으로 변하는 온도 마크를 부착하는 등 온도 마케팅을 구사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선풍기, 에어컨, 빙과, 음료, 맥주 등은 모두 여름에 불티나는 성수품이지만 정작 잘 팔리는 온도는 따로 있다"며 "이 같은 변화는 기온에 따른 쇼핑 환경, 상품의 용도, 소비심리 변화 등 복합적인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매출 높이는 온도를 찾아라

=여름철 의류와 화장품, 식품 등 매장별로 온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백화점도 많다. 실제 강남 A백화점의 경우 모피나 가죽의류 등을 판매할 경우 쇼핑객들이 추위를 살짝 느끼도록 매장온도를 평소보다 약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판매하는 가전매장의 경우엔 다른 매장보다 실내온도가 섭씨 1~2도가량 높다는 것이다. 식품매장도 일반 매장에 비해 실내온도를 약간 낮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식음료 업체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오리온은 이번 여름시즌 동안 케이크류 대표브랜드인 \'초코파이情\'을 냉장매대에 전시판매하기로 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시원한 초코파이를 즐길 수 있도록 선택한 온도 마케팅 전략이다.

크라운제과도 \'초코하임\' 패키지 겉면에 \'여름엔 하임 1℃ 냉장고에 넣어서 드세요\'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GS25 관계자는 "온도와 매출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기온에 따라 진열 품목과 주력 품목을 달리하는 온도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남주ㆍ황혜진 기자( hhj6386@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