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지인의 권유, 다양한 할인의?유혹 등으로 보유카드 수가 늘면서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무실적 카드\'(휴면카드)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사용하지 않고 무심코 장롱이나 서랍속에 넣어둔 카드 때문에?신용등급 하락 또는 사용한도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 나가는 연회비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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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휴면 카드가?몇장인지 살펴 보고?빨리 정리하는 게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예방책이다.??
무분별한 카드발급, 신용등급.연회비 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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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연봉에 연체기록이 없는 임 모 씨는 한 시중은행에서 신용 3등급까지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신용대출을 받으려다 자신이 4등급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임 씨는 은행 직원과 상의해 9장이던 신용카드 수를 3개로 줄였다. 그는 다음 달 즉각 신용등급이 3등급으로 올라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백 모 씨는 지난 5월 신한카드 상담원으로부터 \'신한 러브카드\' 대신에 \'신한 하이세이브카드\'로 교체하면 더 많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사용해 볼 것을 권유받았다.
그는 그러겠다고 했고 당연히 기존에 쓰던 신한 러브카드는 해지된 걸로 생각했다.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담원에게 확인하니?해지되지 않은 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백 씨가?카드사 측에 항의하자?\'신참 상담원이 실수한 것\'이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받았다.?그는?"계속 소유하고 있었다면 연회비를 물 뻔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모 씨는 지난 8월 롯데카드로부터 현금과 똑같이 쓸 수 있는 포인트 점수 2만점을 준다며 카드를 만들라는 전화를 받았다. 박 씨는 집 앞의 롯데마트에서 대부분의 생필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롯데카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집과 차를 소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적이 있어 카드를 만들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얘기하니 상담원은 \'상관없다\'며 카드발급을 거듭 재촉해 신청했다. 그러나 9월 카드이용 대금명세서에는 약속했던 2만 포인트에대한 언급이 없었다. \'다음달부터?적용된다\'는 상담원의 말을 믿고 기다렸으나 10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연회비 5천원만 부과됐다. 박 씨는 포인트는 온 데 간 데 없이 연회비만 물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카드사 과열경쟁에 무실적 회원 나날이 증가
\'장롱 카드\'로인한?소비자 피해가 늘면서 카드사들의 과열 마케팅에 대한?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신한카드 346만2천명, 삼성카드 209만8천명 등 전업계 카드사의 무실적 회원은?873만명으로 전년보다 16.6%, 국민은행 175만명, 우리은행 148만3천명 등 카드 겸영 은행의 무실적 회원은 802만명으로 29.8% 급증했다. 합하면 무려1천675만명이다.
이렇듯 무실적 회원(중복 가입 포함)이 증가한 것은?카드사들이 외식, 쇼핑, 주유, 교육 등 분야별로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맞춤형 카드를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카드발급을 유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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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카드사들은?1년 이상 사용내역이 없는 \'휴면카드\' 고객에게 해지의사를 확인할 의무가 있음에도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오히려 휴먼카드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신학용 의원은 "카드사들이 회원확보를 위해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는 등 과당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라며?"무실적 회원은 자신도 모르게 연회비가 빠져나가는 등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소비자 동의 받은 것"vs 금감원 "불법 모집 제재"
반면 여신금융협회 백승범 선임조사역은 "카드사들은 마케팅을 통해 지속적으로 회원유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소비자의 동의 아래 카드를 발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성인 1인당 평균 4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카드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사용한도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카드를 많이 발급받은 경우에 한해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따라 1년 간 사용실적이 없으면 이메일 등을 통해 고지하고? 해지를 원할 경우 절차에 따라 해지한다"고 덧붙였다.?
연회비에 대해서도 "약관에 보면 최초 년도에 연회비를 부과하고 이후 1년 이상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카드에는?연회비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관계자도 "최근에 아파트 카드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맞춤형? 카드가 출시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기존 카드 대신 새로운 카드를 사용하면서 무실적 카드가 생기는 것"이라며 "카드사마다 신규 회원유치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과당경쟁은 아니다. 길거리 불법모집인 관리점검 등 내부적으로 모집질서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드사들이 경기 회복을 틈 타 길거리에서 카드 회원을 불법 모집하는 등 과당 경쟁 조짐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으로 보고? 관련 법규를 어긴 카드사나 모집인을? 제재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서비스실 김영기 팀장은 "카드사들이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면서 카드발급과 휴먼카드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카드사들이 과열경쟁으로 불법 모집을 하지 않는지, 표준약관을 잘 준수하고 있는 지 등 점검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카드발급이 늘어날 경우 소비자들이 사용한도 제한, 연회비 부과 등의 불이익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필요 이상의 카드를 발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신용평가사들이 개인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보유카드가 과다(4장 이상)할 경우 이를 등급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