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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꽃이 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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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재호
댓글 1건 조회 1,198회 작성일 04-12-06 02:0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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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1월 16일 오후 3:34- 여름 내내 땅 속에서 침묵하고 있던 수선화가 가을바람을 타고 새순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꽃들이 서둘러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에 그들은 이제 막 시작이라고 아침저녁 쌀쌀한 바람을 마다하지 않고 힘차게 올라옵니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입니다.
ⓒ200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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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1월 24일 오전 10:50 - 맨 처음 그들의 자람은 무척이나 느렸습니다. 매일매일 쳐다보아도 늘 그렇게 변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그들은 아마도 기나긴 겨울을 날 준비들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추위가 와도 넉넉하게 이겨내려면 급하게 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가 봅니다.
ⓒ200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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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1월 27일 오후 2:06 - 옹기종기 모여 순서를 정하고, 힘을 모아 제일 먼저 피어날 꽃대를 올렸습니다. 수선화는 한 송이가 피기 시작하면 하루에 한 송이씩 피어납니다. 그래서 마지막 꽃몽우리가 활작 필 때까지 모두들 넉넉하게 기다립니다. 그 추운 겨울에도 말입니다.
ⓒ200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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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2월 1일 오후 12:47 - 11월을 보내고 12월이 되니 제법 꽃의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물끄러미 호수를 바라보듯 피어있는 수선화의 꽃말은 \'자아도취\'이기도 한데 미소년 나르시스와 관련이 있습니다. 겸손한 듯 고개를 숙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꽃말처럼 \'자존심\'을 지켜가며 피워가겠죠.
ⓒ200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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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2월 1일 오후 12:49 - 그 꽃망울의 속내를 바라봅니다. 수줍은 듯 세상을 바라보는 은은한 꽃은 금잔옥대라고도 불립니다. 하얀 은쟁반에 금잔을 올려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내 삶이 하얀 은쟁반이라면 나는 어떤 잔을 올려놓을지 생각해 봅니다.
ⓒ200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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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2월 2일 오전 11:55 - 이제 조금만 더 기지개를 켜면 온전히 필 것입니다. 그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참으로 많은 시간들을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연약해 보이는 꽃이 칼바람도, 폭설도 넉넉하게 이겨나간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이제 피어나기 시작했으니 여기저기서 수선화들이 피어날 것입니다. 선구자입니다.
ⓒ200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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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2월 2일 오전 11:57 -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갑자기 행보가 빨라집니다. 이젠 더 이상 숨길 것도 없고, 겨울을 맞이할 모든 준비를 마치고 피어났으니 이젠 가슴을 쫙 펴고 온 세상을 바라보리라고 다짐하는 것 같습니다. 그 수선화의 마음이 씹힐 듯한 향기로 전해집니다.
ⓒ200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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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 피는 수선화처럼 우리도 온갖 시험과 고난을 이겨내고 향기좋은 꽃을 피워 냅시다,우리의 삶이 은쟁반 이라면 그 위에 놓을 내 모습은 어떤지 매무새도 곱게 단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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