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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시(詩)가 있어서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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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병철
댓글 1건 조회 760회 작성일 06-04-28 23:21

본문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선다
아주 잠깐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강물을 바라본다.

미워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얼굴
내마음엔 어느새 강물이 흘러들어와
그사람의 얼굴을 말갛게 씻어준다

그래, 내가 미워했던 것은 어쩌면
그사람의 얼굴에 끼어 있던 삶의 고단한 먼지, 때, 얼굴이 아니었을까?
그래, 그 사람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상처가 아니었을까?


임진강가에 서면

막 세수를 한 아이의 얼굴 같은 강물만,
강물만 반짝이면서 내 마음의 빈틈을 스며들어온다.

내가 미워한 것은 내가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누군가가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서서,

새벽 강물로 세수를 하라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그대가 미처 보지 못했던 치욕스러운 삶의 눈물을 보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강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라


- 원재훈, 임진강가에 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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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인 김용택 님은 원재훈 시인을 \'액션 배우처럼 터프하게 잘 생긴 사내\' 라고 표현했습니다. 터프하게 생긴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섬세한 시를 쓸 수 있을까요? 생긴 것과 감성은 다른 것인가 봅니다.

\"미워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얼굴\", \"내가 미워했던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얼굴에 끼어 있던 삶의 고단한 먼지, 때, 얼굴이 아니었을까?\" 라는 표현 속에서 고단한 삶에 지친 작은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래, 그 사람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상처가 아니었을까?\"라는 표현 속에서는 타인의 아픔을 보듬고자 애쓰는 마음과 진지한 자기 성찰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종종 고단한 삶에 지친 사람의 얼굴을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인양 몰아붙이지는 않는지, 아직 치유 받지 못한 자기 상처를 외면하는 용기 없음을 타인에 대한 미움으로 가리려 하지 않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시입니다.


- 박목사 생각 -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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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댓글

작성일

그래, 내가 미워했던 것은 어쩌면그사람의 얼굴에 끼어 있던 삶의 고단한 먼지, 때, 얼굴이 아니었을까?그래, 그 사람의 아픔이 아니었을까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상처가 아니었을까?형제를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용서하라신 주님부끄러워 고개숙인 내 가슴에 임진강물은 밀물처럼 파도치며 출렁인다.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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