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생존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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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4일 (월) 05:39 ? 중앙일보
속편한 내과 털털한 피부과 다나 산부인과
[중앙일보 김호정.최정동] #1. 부산의 \'이&박 내과\'는 지난해 병원 이름을 \'장팔팔 내과\'로 바꿨다. 이 병원의 이병건 원장은 "병원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에 이름이라도 튀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과감히 바꿨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2. 서울 신림동의 K소아과 원장 이모(48)씨는 석 달 전 성형외과에 가서 이마의 잔주름을 펴는 주사를 맞았다. 젊은 엄마들에게 호감가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이씨는 "해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소아과 운영이 힘들어져 진료과목을 소아청소년과로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미지를 손질했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의사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개인 병원의 상호는 의사 이름을 따다 붙인 \'○○○외과\' 같은 딱딱한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새로 개원한 병원들은 \'털털한 피부과\' \'속편한 내과\' \'상쾌한 아침외과\'(대장항문외과) \'다나 산부인과\' 등 친근한 명칭을 쓰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시민들의 눈길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 보겠다는 심산이다.
◆ 성형수술에서 의료경영 열풍까지=우선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치과에서 어린이를 치료할 때 헤드폰으로 CD를 틀어줘 소름 끼치는 기계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는 배려는 이제 보편화됐다. 치료하는 동안 환자가 정서적 안정을 갖도록 천장에 달린 TV를 통해 영화 DVD를 보여주는 정형외과도 생겼다. 대장.소화기질환에 좋다는 양배추를 환자에게 선물하는 대장.항문병원도 나왔다.
권위주의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이미지 개선도 활발해지고 있다. 라식수술을 받고 굵은 뿔테 안경을 벗어던지는 등 외모에 손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병원 마케팅 업체인 \'메디탈\'의 이상목 팀장은 "예전엔 의사들이 자기 몸에 칼을 안 댄다는 속설이 있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성형수술도 하나의 투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경영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의료경영 전문과정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지난달 서울대 병원이 새로 개설한 \'의료경영 고위과정\'엔 60명 모집에 1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재무분석.마케팅 등 기업에서 활용하는 경영기법을 익혀 병원 운영에 활용하겠다는 의사가 대부분이었다.
◆ \'교회 찾는 의사들\'=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찾기도 한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지난해에 비해 올 들어 수입이 40%나 줄자 명당 자리를 골라 새로 개원할 생각으로 용하다는 점쟁이들을 알아보고 있다. 한 의료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환자를 끌어들이는 상호.디자인에 대한 조언을 들으러 점집에 다니는 의사가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입소문을 내기 위해 일부러 큰 교회.성당.사찰을 찾아 등록하는 의사들마저 등장했다. \'메뚜기 의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돈벌이가 되는 장소를 바꿔가며 병원을 여는 의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울 신사동의 한 피부과 원장은 "올 초 의대 동기인 비뇨기과 의사 한 명이 경북 안동으로 내려가 개원했다가 운영이 힘들어 넉 달 만에 예천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 무한경쟁에 돌입한 의료계=의사들이 살길 마련에 분주한 이유는 무엇보다 경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3000여 명의 신규 의사(치과.한의사 제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체 의사면허 소지자는 1999년 6만9000여 명에서 지난해 8만8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경기불황으로 의료시장의 파이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는 데 고민이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2004년 병원 폐업률은 8.1%로 한 해 83곳이 문을 닫았다. 병원보다 작은 의원급의 경우 올 상반기 서울에서만(전체 1만3000여 곳) 469곳이 폐업했다. 경영 부진이 주된 폐업 사유였다. 의료계에선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의료광고 규제가 위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올 하반기 의료광고가 허용되면 병원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2. 서울 신림동의 K소아과 원장 이모(48)씨는 석 달 전 성형외과에 가서 이마의 잔주름을 펴는 주사를 맞았다. 젊은 엄마들에게 호감가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이씨는 "해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소아과 운영이 힘들어져 진료과목을 소아청소년과로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미지를 손질했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의사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개인 병원의 상호는 의사 이름을 따다 붙인 \'○○○외과\' 같은 딱딱한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새로 개원한 병원들은 \'털털한 피부과\' \'속편한 내과\' \'상쾌한 아침외과\'(대장항문외과) \'다나 산부인과\' 등 친근한 명칭을 쓰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시민들의 눈길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 보겠다는 심산이다.
◆ 성형수술에서 의료경영 열풍까지=우선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치과에서 어린이를 치료할 때 헤드폰으로 CD를 틀어줘 소름 끼치는 기계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는 배려는 이제 보편화됐다. 치료하는 동안 환자가 정서적 안정을 갖도록 천장에 달린 TV를 통해 영화 DVD를 보여주는 정형외과도 생겼다. 대장.소화기질환에 좋다는 양배추를 환자에게 선물하는 대장.항문병원도 나왔다.
권위주의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이미지 개선도 활발해지고 있다. 라식수술을 받고 굵은 뿔테 안경을 벗어던지는 등 외모에 손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병원 마케팅 업체인 \'메디탈\'의 이상목 팀장은 "예전엔 의사들이 자기 몸에 칼을 안 댄다는 속설이 있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성형수술도 하나의 투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경영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의료경영 전문과정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지난달 서울대 병원이 새로 개설한 \'의료경영 고위과정\'엔 60명 모집에 1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재무분석.마케팅 등 기업에서 활용하는 경영기법을 익혀 병원 운영에 활용하겠다는 의사가 대부분이었다.
◆ \'교회 찾는 의사들\'=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찾기도 한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지난해에 비해 올 들어 수입이 40%나 줄자 명당 자리를 골라 새로 개원할 생각으로 용하다는 점쟁이들을 알아보고 있다. 한 의료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환자를 끌어들이는 상호.디자인에 대한 조언을 들으러 점집에 다니는 의사가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입소문을 내기 위해 일부러 큰 교회.성당.사찰을 찾아 등록하는 의사들마저 등장했다. \'메뚜기 의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돈벌이가 되는 장소를 바꿔가며 병원을 여는 의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울 신사동의 한 피부과 원장은 "올 초 의대 동기인 비뇨기과 의사 한 명이 경북 안동으로 내려가 개원했다가 운영이 힘들어 넉 달 만에 예천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 무한경쟁에 돌입한 의료계=의사들이 살길 마련에 분주한 이유는 무엇보다 경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3000여 명의 신규 의사(치과.한의사 제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체 의사면허 소지자는 1999년 6만9000여 명에서 지난해 8만8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경기불황으로 의료시장의 파이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는 데 고민이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2004년 병원 폐업률은 8.1%로 한 해 83곳이 문을 닫았다. 병원보다 작은 의원급의 경우 올 상반기 서울에서만(전체 1만3000여 곳) 469곳이 폐업했다. 경영 부진이 주된 폐업 사유였다. 의료계에선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의료광고 규제가 위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올 하반기 의료광고가 허용되면 병원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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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님의 댓글
작성일의사들 부러워할 필요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의사들은 실재로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요즘 부도나서 신용불량자인 의사도 많고, 경우에 따라 자살하는 의사도 몇분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도안내고, 그럭저럭 유지되고 이정도 살만한 형편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