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지 닮은 ‘권영찬의 그녀’…솔직담백한 수다 | [경기일보 2007-1-31] | 개그맨 권영찬의 ‘그녀’가 궁금했다. 대법원 판결로 무죄임이 밝혀졌지만, 사건 발생 후 1년여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다. 보통 여자라면 1년 넘게 기다리기는 커녕, 첫 보도가 나가자마자 등을 돌리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여자에게는 민감하고도 민감한 성폭행 혐의 보도 아닌가. 그런데 고된 시간을 꿋꿋이 보내고 그와 결혼을 하겠단다.
지난 25일 서울 청담동 한복집에서 개그맨 권영찬(38)과 ‘그녀’ 김영심(31)을 만났다. 매장에 들어서는 그녀의 모습을 보노라니 탤런트 최수지가 떠올랐다. 선하고 단아한 인상의 그녀를 보며, 모진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었다. 얘기를 나눠보니, 연약한 인상과는 달리 배포가 크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었다. 그리고 솔직했다. 그녀와의 솔직 담백한 수다를 정리했다.
1. 권영찬과 어떻게 만났나…소개팅 시켜달라더니 밥 먹자더라
서로 다른 지인 모임에 참석했다가 나오는 길에 만났다. 영찬씨가 소개팅을 핑계로 전화번호를 받아가선, 소개팅 시켜달란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밥 먹자며 자꾸 만나자더라.
(권) 정확히 2002년 11월2일 밤이었다. 각자 나오는 길이었는데 일행 중에 서로 아는 사람이 있어, 음식점 앞에 함께 서있게 됐다. 멀뚱하니 서있다가 우연히 영심씨를 봤는데 첫눈에 반했다. 이대로 보내면 후회할 것 같아, 어떻게든 인연의 끈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냈다.
2.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4년 이상 만남을 지속하게 됐나…솔직한 모습이 좋았다
솔직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 경제적 상태가 어떤지 숨김 없이 말했다. 심지어 그간 사귀어온 여자에 대해 말해줄 정도였다. 기분이 나쁘거나 마음이 상할 줄 알았는데 되레 믿음이 갔다. 그 진실함에 대한 믿음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했다.
3. 사귀면서 가장 좋았던 때 혹은 감동적 에피소드…두 달 편지 책으로 묶어줘 ‘감동’
사귀기 시작하면서 매일 매일 편지를 줬다. 내 성격이 털털해서 보관하지 않을 걸 알았는지, 그대로 복사해서 보관하고 있다가 만난지 두 달쯤 됐을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간의 편지들을 제본해 책으로 선물했다. 깜짝 놀랐고 감동 그 자체였다. 두 달치를 한꺼번에 읽으니 어떤 소설이나 수필보다 재미있었다.
이 책은 이번에 좋지 않은 일을 겪을 때도 큰 힘이 됐다. 사실 보도를 접했을 때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고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책을 꺼내 읽으니, 당시엔 미처 다 보이지 않았던 오빠의 사랑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편지를 읽으며 밤새 울고 면회를 갔다. 면회 오지 말란 얘기를 전해들은 터였으나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영화에서처럼 창살을 사이에 두고 만났다. 오빠는 펑펑 울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오빠의 얼굴을 보고 ‘이건 뭔가 잘못 됐다, 내가 억울함을 풀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4.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언제 가장 힘들었나…무죄판결 받으니 마음 흔들려
그다지 힘든 건 없었다. 아버님 어머님도, 직장 동료들도 ‘영심이 네가 택한 사람이라면 믿겠다’는 반응을 보여주셨다. 영찬씨가 그 분들께 심어온 신뢰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다만 무죄임이 하루빨리 드러나기만 바랐다. 재판 과정은 생각보다 길었다. 1년이 넘는 시간을 잘 견뎠는데, 오히려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고 나니 마음이 흔들렸다. 나를 지탱해주던 긴장감이 풀어져서 그랬던 것 같다. 그 때 부모님께서 나를 잡아주셨다. 나로 인해 마음 고생을 시켜드렸는데 되레 위안을 받았다. 고마울 따름이다.
5. 결혼을 결정하게 된 이유…나보다 영찬씨를 더 믿어줄 사람 있을까
남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사자들에게는 힘겨운 시간이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오히려 영찬씨에 대한 변함없는 내 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 살다보면 누구나 힘든 시간이 있다. 그 일을 좀 먼저 겪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이렇게 힘든 일도 함께 겪었는데, 앞으로 웬만한 일은 마음을 합해 헤쳐나갈 수 있지 않겠나 싶은 자신감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오빠가 누굴 만난들 나만큼 믿어주겠는가. 나는 사건이 있기 전부터 오빠를 알았기에, 이미 믿음이 형성된 상태에서 일이 터졌기에 그 믿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누구를 다시 만난다면, 그 사람은 선입견에 오빠의 진실한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이다. 편견 없이 오빠를 진심으로 믿고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생각을 감히 한다.
6. 결혼을 앞두고 고마운 사람들…양가 부모님·낙지·변호사께 감사
부모님이다. 영찬씨 부모님도 마음 고생 심하셨겠지만, 장래의 사위때문에 노심초사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주변에 나와 영찬씨를 알고 격려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권) 늘 하는 말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같이 해준 개그맨 후배 낙지(본명 윤석주), 지난한 재판 과정을 이끌어주신 이재만 변호사께 감사드린다. 양가 어른들과 마음으로 도와주셨던 모든 친지분들께는 말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
7. 승무원 일은 계속할 생각인가?…일을 좋아하는 그녀!
그녀는 국내 모 항공사 승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고개만 끄덕이는 그녀를 대신해 권영찬이 나선다.
(권) 승무원도 일도 좋아하지만, 일하는 것 자체를 무척 좋아한다. 본인도 그만둘 생각이 없겠지만, 나도 결혼했다고 집에 있기를 원치 않는다. 각자 일을 열심히 하며, 나란히 앞을 보며 걷고 싶다.
8. 자녀 계획은?…셋은 낳아야 행복하겠죠!
그저 웃고만 있는 영심씨를 대신해 권영찬이 답하자, 영심씨가 반기(?)를 든다.
(권) 우리집에 아들만 셋이다. 한 사람이 힘들면 나머지 둘이 힘을 합해 도와준다. 이번 일을 겪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영심씨가 일도 해야하니, 영심이 닮은 딸 하나만 낳고 싶다.
영찬씨네가 3형제인데, 우애 있고 정이 돈독해 보기에 좋다. 영찬씨네처럼 아들 셋이든, 3남매든 셋을 낳고 싶다. 적어도 셋은 돼야 일가를 이뤘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웃음).
9. 신혼 여행 어디로 가나…하와이로 가고 싶었어요
예비 신부지만, 아직 신혼 여행이며 결혼 관련 얘기가 쑥스러운지 권영찬을 쳐다보는 영심씨.
(권) 가까운 데 어디를 가도 행복하기만 한 게 내 마음이다. 사실 지난해 양가 상견례를 마친 후 얼마 안돼 사건이 터졌다. 지난 11월로 결혼 날짜를 잡았었다. 처가 부모님들께서는 ‘자네를 믿으니 그대로 식을 진행하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모든 게 밝혀진 뒤 개운한 마음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3월 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신혼여행지에 대해서는 영심씨와 많이 의논했는데, 영심씨 일이 해외를 자주 다니는 것이다 보니 그녀에게 결정토록 했다. 직업상 여러군데를 다녔는데, 신혼여행은 하와이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더라. 그래서 하와이로 가게 됐다. 사실 나는 촬영차 바쁜 일정으로 해외에 가본 적은 있지만, 여유있게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 첫 해외여행을 신혼여행으로 가게 돼 감개무량하다.
신접 살림은 특별히 새로 장만하지 않았다. 그동안 영심씨와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가전제품이며 가구들을 사서 내가 살고 있는 잠원동 아파트에 들여놨다. 잠원동 집에 들어와 함께 살기만 하면 된다(웃음).
10. 어떻게 살고 싶은가…어려운 일 겪은 만큼 잘 살겠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어려운 일 겪고 시작하는 만큼 잘 살 것이다. 자식 셋 낳아, 행복하게 알콩달콩 오래도록 잘 살겠다. 누리꾼 여러분이 축복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권) 사실 돈을 많이 벌어본 적도 있고, 어려운 때도 있었다. 재판을 거치며 모아온 것을 모두 소진했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다. 모든 가장들의 공통된 바램이겠지만, 아내와 장차 태어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오는 3월2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백년가약을 맺는 두 사람의 결혼식은 ‘황마담 웨딩 컨설팅’에서 진행한다. 사회는 개그맨 후배이자 ‘황마담 웨딩 컨설팅’의 대표인 황승환이 맡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출신으로, 지난 1992년 KBS 대학개그제 동상을 수상하며 개그맨 활동을 시작한 권영찬. 오는 2월 크랭크인하는 어일선 감독, 이성재 주연의 영화 ‘혼자서 가라’에 우정출연한 것을 계기로 오랜만에 팬들 앞에 돌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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