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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문제가 가족간 종교갈등 주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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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영대
댓글 0건 조회 1,684회 작성일 07-06-1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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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18일 (월) 15:53 ? 문화일보


“제사 문제가 가족간 종교갈등 주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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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종교학의 현재와 미래’학술대회::)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종교다 원 사회다. 그럼에도 종교 간의 갈등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러나 제례와 장례 문제를 둘러싸고 가족 구성원 사이에 일어나는 종교 갈등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랜 세월, 가족 통합 기능을 담당하던 상·제례 등의죽음 의례가 이젠 가족 간의 종교 갈등을 유발하는 주원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지난 15, 16일 전북 부안의 원광대 임해 수련원 에서 열린 ‘동아시아 종교학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의 한국 종교학회 학술대회에서 건양대 송현동 교수는 종교로 인한 가족 구성원의 갈등을 사례 중심으로 발표, 눈길을 끌었다.

송 교수가 발표한 사례에 따르면 K(58)씨는 1년에 6차례 돌아오 는 제사와 명절 때마다 죽을 맛이다. 동생들로부터 형제 간의 의를 끊거나 아니면 형수와 헤어지라는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문 제는 4년 전, K씨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맏며느리인 아내가 자신의 종교에 따라 기독교식으로 장례를 지내겠다 고 주장한 것이다. 어머니의 시신을 앞에 두고 시작된 격론은 전통식과 기독교식으로 두 번 장례를 지내는 것으로 사태가 수습됐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몇 달 뒤 아버지의 제삿날, 아내가 “제사는 우상숭배”라며 제 사 지내기를 거부하고 기독교식의 추도예배로 대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장례문제로 감정이 상해있던 터라 갈등은 심각했다. 남동생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해 욕을 퍼부어댔고, 누나와 여동생들도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K씨는 동생들의 말을 따라 제사를 지내고 싶었지만, 30년간 시부모를 모시며 고생한 아내가 안 돼 보여 어느 쪽도 편들 수 없었다. 결국 그날 이후 아내와 동생들은 완전히 등을 돌렸고, 매년 돌아오는 제사와 명절 때면 집안 꼴은 말이 아니게 돼 버렸다.

송 교수가 또 다른 사례로 발표한 대학생 K씨가 겪은 종교 갈등 도 이에 못지않다. 94세 된 조모가 돌아가시고 난 사흘 뒤 K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굴건제복을 한 집안 어른들을 들러리 세운 채, 목사 인도하의 발인예배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K 씨의 집안은 유교 전통이 강한 집이었다. 아버지 형제 모두 옛 전통을 고수했고, 설과 추석, 제사에는 어김없이 제수용품을 준비 해 차례와 제사를 지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발인의 주축은 며느리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와 신도들이었고, 상주인 아버지 형제들은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시신을 운구해 화장한 뒤, 납골당에 안치하며 드디어 갈등은 폭발했다. 아버지 형제들이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절이나 하자는 것을 개신교 신자 인 며느리가 막으면서, 전통을 고수하는 쪽과 개신교를 믿는 쪽 사이에서 엄청난 싸움이 발생한 것이다. 고인의 영전에 절조차 못하고 따뜻한 국 한 그릇, 밥 한 술 드리지 못했다며 한탄하는 전통 고수파의 원한이 컸지만, 우상숭배는 안 된다며 개신교식 장 례를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이들은 양보하지 않았다. 선산 여기 저기에서 어른은 어른끼리, 자식은 자식끼리 싸움을 벌이며 갈등은 첨예해졌고 더러는 울음까지 터져나왔다.

송 교수에 따르면 상·제례에서 벌어지는 가족 구성원의 종교 갈등은 제수용품을 준비하는 맏며느리나 제사를 주도하는 장남이 개신교로 개종하고, 다른 형제들이 전통을 고수할 경우 가장 심 각하다. 차남 이하가 개종할 경우에는 당사자가 제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맏며느리나 장남이 개종할 경우에는 제사 자체를 폐기하려 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명절 이후 이혼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데에 주부들의 명절 증후군 못지않게, 종교 간의 갈등도 크게 작용한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송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가족 구성원들의 종교적 일치도를 높이 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울산대 전성표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의 종교갈등 가능성과 잠재적 요인’들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불교, 천주교, 원불교 및 무종교인들은 제사를 계승해야할 문화적 유산이며 자 식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는 반면, 개신교인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 교수는 불교와 천주교 신자들은 자신의 종교에 대한 몰입도가 높을수록 다른 종교 또한 더 좋아했으나 개신교 신자들은 종교 몰입도가 높아질수록 자신의 종교를 편애하는 반면 타종교에 대한 관용도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며 개신교인에 의한 종교 갈등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 석됐다고 밝혔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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