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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문제' 풀게 24시간 더 준다… 정부의 고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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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영대
댓글 0건 조회 2,747회 작성일 07-07-2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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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4일 (화) 02:44 ? 조선일보


탈레반 \'문제\' 풀게 24시간 더 준다… 정부의 고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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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취재 나선 아랍방송 \'알 자지라\' 한국인 피랍사건과 관련한 취재를 위해 한국에 온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의 멜리사 첸 베이징 특파원(왼쪽)과 촬영 기자가 23일 이슬람 사원인 서울중앙성원(聖院)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알 자지라 취재진은 이날 이태원 해밀턴 호텔에서 열린‘한국 종교인 평화회의’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서울중앙성원에서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이주화 선교국장과 인터뷰를 했다. 알 자지라 취재진은 22일 피랍자 가족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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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인질 23명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세력이 23일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세 차례 협상시한을 연장함에 따라,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탈레반 세력은 이날 두 차례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에 아프가니스탄 정부와의 협상이 “실패 쪽으로 향하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올 것같지 않다”며 한국 정부가 직접 협상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AFP 통신은 아예 탈레반 협상팀이 23일 협상 장소에 나오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동시에, 탈레반이 석방을 요구하는 탈레반 수감자 수도 애초 한국인 인질과 동수(同數)인 23명에서 이날 한국인들이 납치된 가즈니주에 수감된 탈레반 포로 전원(55명)으로 했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 포로 23명 석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협상 파트너를 이번 사태의 피해 당사국인 한국으로 바꾸고 아예 요구 조건까지 올리는 강경책으로 선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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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정부 대신 한국정부 우회 압박=납치범들이 석방을 원하는 탈레반포로 수가 ‘가즈니주에 수감된 전원’이라는 주장은 가즈니주의 의원인 칼릴 모하마드 후세이니가 23일 AFP통신에 밝힌 것이다. 이 주장은 이미 21일 가즈니주의 경찰서장이 “탈레반은 가즈니주 전체 수감된 탈레반 조직원의 석방을 원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얘기다. 따라서 탈레반측의 여러 대변인을 통해 무질서하게 나온 기존 주장의 되풀이인지, 다시 채택된 요구인지는 불분명하다. 탈레반이 작성한 석방 요구 명단에는 가즈니주 탈레반 최고사령관 등 거물급 인사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 문제를 성의껏 해결하고자 하지 않아, 한국 정부가 문제를 풀 수 있게 24시간 더 주는 것”이라고 DPA 통신에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현재 ‘탈레반 포로 석방’안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압둘 하디 칼리드 내무부 차관은 이날 알 자지라 방송에 “법을 어기는 거래는 하지 않을 것” “아프간 정부는 국가 안보나 이익을 위해하는 협상을 할 뜻이 없다”고 못박았다. 탈레반은 따라서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압박한다는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장가화되면 여성 18명을 포함해 23명에 달하는 인질의 ‘관리’도 쉽지 않다.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도 AFP 통신에 “인질들을 돌보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인 만큼 우리도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의지와 자신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모두 드러낸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고민=정부는 어느 지역에서든 납치세력과의 직접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탈레반도 예외는 아니다. 이 탓에, 이번 사태에서도 부족 원로, 영향력있는 종교지도자 등을 통해 탈레반과 직·간접적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런 원칙을 견지하는 이유는 납치단체와 직접 협상하면 납치단체가 요구조건을 터무니없이 올려 협상의 장애를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는 협상 경험에서 비롯됐다. 한쪽 당사자가 국가이기 때문에, 정치적 요구가 나오기도 한다. 자칫 잘못 소문이 나면, 또다른 한국인들이 납치 표적이 될 수 있다.

정부가 23일 즉각 “그런 (탈레반의 직접 협상) 요구 사실이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원칙을 깰 가능성에 대한 틈새도 보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최우선적인 고려 대상은 ‘한국인의 안전 귀환’이지 ‘원칙 고수’가 아니다. 여기에 정부의 고민이 있다.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하고 있거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외교부가 22일 “납치한 무장단체측과 직간접적 경로로 접촉이 이뤄져 서로 교감하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협상’이 아니라 ‘접촉’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직접’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이 이날 보다 적극적으로 “현 단계에서 최우선은 안전”이라며 “직간접적 접촉이라는 것은 포괄적인 의미”라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뜻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을 확인할 것 같지는 않다. 현재로선 모호함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다.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
[이인열 뉴델리특파원 yiy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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