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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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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영대
댓글 0건 조회 1,409회 작성일 08-01-31 23:45

본문

이현주 <과노긔이야기48/드림>중에서?지난글 ?

?□ 강아지의 쓸모


작은 강아지가 주인 집 뜰을 거닐고 있었다. 울타리 가까이 갔을 때 거기 서 있던 말이 강아지를 보고 말했다. “꼬마야, 너 이 집에 새로 왔구나? 이제 곧 내가 얼마나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게 될 거다. 내가 그분의 무거운 짐을 져 나르거든. 너처럼 작은 몸집으로 주인님께 무슨 쓸모가 있을는지 모르겠구나.”
강아지가 고개를 숙이고 발길을 돌리는데 여물을 씹으면서 암소가 말했다. “나야말로 이 농장에서 가장 존중받는 자리에 있지. 여주인이 내 젖으로 버터도 만들고 치즈도 만들거든. 글쎄다, 너는 도무지 쓸모가 있을 것 같지 않구나.”
이번엔 양이 말했다. “암소야, 너도 이 집에서 나만큼 소중한 존재는 못될 걸? 주인이 내 털로 옷을 만들어 식구들을 따뜻하게 입히니까. 하지만, 저 꼬마 강아지에 대하여 네가 한 말은 옳았어.”
다른 동물들도 자기가 이 집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돌아가면서 말했다. 암탉은 자기가 낳는 알에 대하여, 고양이는 자기가 잡는 쥐에 대하여, 아무튼 저마다 한두 가지씩 주인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강아지가 주인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는 한 목소리로 동의했다.
그들의 말에 풀이 죽은 강아지가 구석진 자리를 찾아가서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늙은 개가 나타나 강아지에게 말했다. “저들 하는 말이 옳긴 해. 너는 몸이 작아서 마차를 끌 수도 없고, 달걀을 낳지도 못하고, 우유도 내지 못하고, 양털도 만들지 못하니까. 하지만 자기가 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울고 있는 건 바보짓이란다. 하느님은 너에게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재능을 주셨어. 그러니 너는 그 재능을 써야 하는 거야.”
날이 저물었다. 종일 밭에서 힘들게 일한 주인이 지쳐 돌아오는데 강아지가 달려가 그 품에 뛰어들었다. 주인은 강아지를 부둥켜안고 풀밭을 뒹굴며 한참 재미있게 놀았다. 그러고 나서,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무리 지쳐서 돌아와도 네가 이렇게 반겨주면 새 기운이 솟는구나. 이 집에 있는 동물들을 다 준대도 너하고는 바꾸지 않을 테다.”
기도: 주님, 저의‘쓸모’라는 게 저한테 있는 것이 아니라 저를 살아있게 하신 당신께 있음을 이제 알았습니다.
그러니,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저 생긴 대로 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주님께는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이 없으실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주님. 여태까지 저 아닌 다른 누구처럼 되어보려고 쓸데없이 애쓰면서 아까운 세월 많이 허비했습니다만, 오늘부터는 그 누구도 흉내 내지 않겠어요.
강아지가 강아지로 살아가듯이, 저는 저니까, 저 생긴 대로 살겠습니다.
그래도 되지요? 그래야 된다고요? 아멘입니다, 주님!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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