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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선녀, 끝내 눈물을 흘리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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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영대
댓글 0건 조회 1,948회 작성일 08-12-04 21:57

본문

화장실 선녀, 끝내 눈물을 흘리다

느낌 여행 2008/12/04 10:37 꺄르르

12월 3일 오후 2시, 서울시청별관 대강당에서 제9회 우수화장실 관리인 시상식이 있었지요. 상을 받으시는 분과 축하하러 오신 분들로 대강당이 가득 찼지요. 저는 여점남(63)선생님 축하하러 시상식을 찾았지요. 여선생님은 전국 최우수관리인으로 뽑히셔서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으시고 화장실 청소 사례발표도 하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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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 선생님

김성애 KBS방송인이 사회를 본 행사에서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상임대표는 개회사를 하면서 힘들었던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최불암 웰컴투코리아 시민협의회장이 월드컵 때 화장실이 가장 잘 했다고 치켜세우시네요. 한국화장실협회 정승렬회장은 ‘화장실은 더 이상 더러운 장소가 아니라 인류 건강을 지키는 성소’라고 화장실을 정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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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9년 전, 자신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일 때 여선생님(여사라고 호칭하였음)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소개 하셨지요. 한국도로공사 30년 역사에 으뜸 관리인이었으며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셨대요. 이미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화장실관리인이셨더군요. 자신은 여선생님을 감동으로 기억한다고 말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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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녀에다 단아하게 차려입은 한복, 선녀처럼 고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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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사례 발표하러 무대에 오르시네요. 단정하게 머리를 넘기시고 늘 꽂으시는 비녀에다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으셨네요. 홀로 한복을 입으셔서 사람들 사이에서 돋보이셨고 마치 선녀처럼 기품이 있으셨습니다. 선생님의 성품에 감동하였기에 그렇게 느껴진 것이겠지요. 선생님은 떨리시는지 긴장된 표정이셨고 평상시보다 조금 딱딱한 말투로 써온 글을 읽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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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만남의 광장 화장실은 고객님들이 제일 먼저 들리시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화장실은 만남의 광장 얼굴입니다. 저는 화장실관리를 하기에 고객님들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까 아침에 출근을 하면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한 노력 때문인지 고객님들이 좋아해주시고 회사에도 기여를 한 것 같습니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끔씩 화장실 문을 발로 차는 고객님들이 계십니다. 제가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은 문을 발로 차면 마음이 아픕니다. 화장실 물건들은 그냥 물건이 아니라 제 몸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고객님들은 화풀이 대상으로 문을 걷어차시지만 저는 가슴이 아픕니다.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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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객님들이 나가실 때 ‘안녕히 가십시오. 안전운전하세요.’라는 말을 꼭 합니다. 그러면 고객님들은 ‘아주머니, 건강하세요. 오래 오래 계세요.’라고 합니다. 제가 말을 먼저 하였기에 당연하게 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객님들의 따뜻한 마음이라고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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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제가 하는 모습, 친절하려고 하는 모습을 좋아하시는 고객님이 계십니다. 그 분은 자주 들리시고 다른 휴게소를 안 가시고 꼭 저희 휴게소 화장실을 들리신다고 합니다. 오실 때마다 떡과 음료수를 쥐어주시곤 합니다. 한번은 하얀 봉투를 건네주셨습니다. 안을 열어보니 10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고객님은 해줄 것이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돈을 불우이웃성금으로 냈습니다. 이런 고객님들 때문에 화장실 청소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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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화장실청소, 끝내 감정이 복받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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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이웃성금을 냈다는 말씀에, 그 순수함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지요. 박수가 그치자 여선생님은 다시 말씀을 하셨지요. 겪었던 일들을 꺼내면서 개선해야 할 점을 말씀하시는 도중에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나셨는지 감정이 북받쳐 오르시더군요. 끝내, 눈물을 흘리시는 여선생님을 보면서 마음이 울컥합니다. 분위기가 조금 더 숙연해졌지요. 여선생님은 눈물을 닦으며 말씀을 이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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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하다보면...손발이 너무.... 아픕...니다...찬물에...하루 종일 ... 손이...아..립니다.. 또, 화장실은... 금연장소...인데... 담배....를 피우는 분들이... 계십니다.... 아무데나...꽁초를...버리십니다.... 그리고 침을....너무...뱉습니다..................................





흠...저는 그래도 제가 나침반이 되려고 깨끗하게 청소를 합니다. 항상 다니면서 어디가 더러운지 살피며 일을 합니다. 돈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내가 아니면 누가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을까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합니다. 외국인들이 표대표님에게 한국 화장실이 세계최고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예전 화장실로 돌아가지 않아야지 다짐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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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과 회사가 저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십니다. 이렇게 최우수 관리인 상을 받아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행정안전부,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날도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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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찡한 발표를 마치시고 고개를 숙이자 여기저기서 사진기 빛이 터지며 우렁찬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이어서 최우수 관리인 8분과 우수관리인 251분 시상이 이뤄졌습니다. 모든 분들을 무대로 불러서 상을 주었기에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뜻 깊은 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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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다 끝난 뒤, 여선생님을 찾아뵙습니다. 선생님은 무척 반가워하시더군요. 그렁그렁한 눈으로 저에게 계속 고맙다고 말씀을 하셔서 황송하였지요. 단아한 자태에 꽃다발을 한 아름 안으시니 참말로 미인이시더군요. 두 손을 내밀어 선생님 손을 잡았더니 월요일보다 따뜻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 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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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같이 온 직원들이 곁에 있었지요. 고마운 분이라고 과장을, 자기 딸이라고 주임을 소개시켜주시더군요. 과장에게 여선생님처럼 훌륭한 분이 과에 있으셔서 좋으시겠다고 하자 “그럼요, 저에게는 복이시죠.”라며 활짝 웃으시더군요. 회사로 돌아간 뒤, 회식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9년 동안 깨끗한 화장실을 위해 애쓰신 표대표님에게 인사를 드렸지요. 표대표님은 또 물건을 챙겨주시고 저는 거절하느라 실랑이를 벌였지요.





화장실 사용습관,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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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상을 받은 분들과 묵묵히 오늘도 화장실 청소를 하시는 분들, 그리고 화장실문화운동을 펼치신 많은 분들이 있기에 10년 사이에 몰라보게 나아졌지요. 이제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란 말이 전국 화장실,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되었고 아주 엉망으로 방치되는 화장실도 드물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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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덜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지요. 여선생님의 눈물이 잊혀 지지 않네요. 오늘이야 선녀처럼 상을 받았지만 내일부터는 빨래장갑에 머리에 마후라를 쓴 청소원이 되어야 하니까요. 여선생님은 18년 동안 화장실 청소하다가 얼어버린 손으로 다시 12시간동안 화장실 청소를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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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이 아무데나 버리는 꽁초를 주워야 하고 소변기마다 고여 있는 가래침을 수세미로 이 닦듯이 빼내야 하지요. 대변을 본 뒤 내리지 않아 일일이 물을 내리시며 변기를 닦으실 테고 화장실 문을 차는 고객을 볼 때마다 아픈 마음을 문지르시겠지요. 청소할 때, 가까이에서 지퍼를 내리는 남자를 피해 밖에 나와 아린 손을 주무르시며 또 몰래 눈물 흘리실까봐 가슴이 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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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럽게 써야 네가 청소를 할 것 아니냐.’라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자기 것 아니라고 함부로 대할 때 누군가는 그것을 치우며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더러운 것들을 치우며 그 분들은 보통 한 시간에 4000원을 받고 계십니다. 마땅한 대우를 해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더 괴롭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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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지요. 서로 믿고 챙겨주는 세상입니다. 아무리 각박해지고 사람들을 가르고 함부로 대하도록 부추기는 세태에서도 지킬 것은 지키고 살아야 하겠지요. 화장실이 깨끗해지고 훌륭해진 만큼 시민들이 화장실 사용수준도 높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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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화장실은 누가 청소하고 치울까요?


거기에 침뱉고 뒷처리 안하고 마구마구 지저분하게 버리고 과연 그 뒤처리는 누가 할까요?


사회에서 이런분들을 뵈면 숙연해집니다. 혹시나 그분이 크리스챤이시길 조금은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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