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가 어색해 보여요? 이제 `스타복싱` 대표이사 홍수환인데 정장은 필수죠."
전 세계 복싱챔피언 홍수환 씨(57ㆍSH45 대표)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홍수환의 스타복싱`을 열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48평 규모에 샌드백 5개와 링이 하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벌써 2호점(역삼동)이 생겼을 정도로 인기다.
복싱계에 프랜차이즈 개념을 도입해 체육관을 운영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홍수환이 `한국판 돈킹`이 되겠다며 프로모션까지 직접 전담하는 것도 놀랍다.
법인명은 SH45. SH는 홍수환의 이름을 딴 말. 여기에 45는 그 유명한 `4전5기`의 신화를 의미한다.
"법인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각오가 새로워집니다 . 심장이 뛰지요. 이제 제가 놀던 물로 돌아왔으니 한판 신나게 놀아봐야죠."
이번 프랜차이즈 사업은 그야말로 링 밖에서 날리는 마지막 `피니시 펀치`다.
홍수환의 모든 것을 걸었단다.
복싱 기술뿐만 아니다.
살벌한 링에서 습득한 체계적인 복싱 지식과 복싱계 인맥을 통한 네트워크 프로모션 등 모든 것을 담은 혼신의 펀치다.
홍수환의 삶은 그야말로 4전5기다.
77년 11월 27일 파나마의 엑토르 카라스키야와의 경기. 4번이나 쓰러진 뒤에도 거짓말처럼 다시 일어나 레프트 훅 한 방을 카라스키야의 턱에 꽂아 넣은 장면은 한국 복싱 사상 가장 극적인 일전으로 꼽힌다.
링을 떠난 뒤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시절. 알래스카에서 택시운전사를 하면서 마약운반상으로 오해받아 법정 싸움도 벌였고 신발 장사와 자동차 세일즈 등 험난한 인생역정은 워밍업에 불과했다.
99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조직폭력배의 해결사`라는 누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두 번째 맞은 링 밖의 인생에서 처절하게 KO를 당한 채 쓰러진 그를 일으킨 것은 오기다.
이대로 쓰러지진 않는다.
다시 일어나서 인생의 역경에 한방을 먹이리라. "다시 시작해야지라는 말을 아마 수천 번 되뇌었을 거예요. 이 머리털도 아마 그 즈음 눈에 띄게 빠진 거지요.(웃음)"
홍수환은 지금 제2 `4전5기` 역전 인생을 살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뿐만 아니다.
그는 이미 `45(4전5기) 강사`로도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94년 처음 춘천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연단에 선 이래 그 동안 펼친 강연 횟수만 800회 정도. 그의 주제는 항상 희망과 도전이다.
"희망이 없었다면 권투선수 홍수환도, 활발하게 뛰고 있는 사업가 홍수환도 없었을 겁니다 ."
그는 하루하루를 늘 링 위의 마지막 라운드처럼 살고 있다.
상대가 두려워 백스텝을 밟을 여유를 가질 수도 없다.
전진만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왜 저를 잊지 못하는지 아세요? 어렵게 이겼기 때문이지요. 쉽게 이겼다면 쉽게 잊힙니다 .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노력한 사람은 기억됩니다 .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하늘이 알게 되는 거지요."
[조효성 기자]